멈춘 오늘
W. 유쫑
정해진 일정은 없다. 그저 눈이 떠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나아갈 뿐. 그런 여행. 어느 화창한 날, 두 사람은 일찍 눈을 떴고 일찍 밖으로 나왔다. 묵고 있는 숙소 앞의 가로수길엔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흘러들어 빛의 장막을 만들어낸다. 민석은 길을 가다 말고 우뚝 서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런 걸 왜 찍어?"
루한이 민석의 뒤쪽에서 허리를 살짝 굽혀 그의 어깨 근처에 고개를 내밀고 묻는다.
"왜? 찍음 안 돼?"
민석은 사진 한 장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루한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얼굴 사이가 가깝다. 햇살은 두 사람에게도 영락없이 쏟아내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도 가득 담긴다. 빛나는 눈동자엔 서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 루한이 민석을 빤히 보고만 있자 민석은 두 눈을 깜빡거린다. 루한은 눈을 잠시 내리깔더니 입을 연다.
"관광지도 아니고……, 매일 지나다니는 데잖아."
루한은 말을 마치며 다시 민석을 본다. 민석이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린다. 렌즈 안엔 렌즈로 채 담을 수 없을 것 같은 풍경이 들어 있다.
"그래서. 그래서 찍는 거야. 돌아가면 제일 많이, 제일 뚜렷하게 기억날 테니까. 다시 올 수도 없는데 사진 한 장 없으면 아쉬울 거 같아서."
담백한 목소리가 말하는 소중함. 루한은 커진 눈과 살짝 벌어진 입으로 민석을 보다가 미소 지으며 허리를 곧게 편다. 민석의 동그란 뒤통수마저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사진 줘."
"그래."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온다. 니꺼 내꺼 할 게 없는 사이인데도 달라고 하는 루한의 말은 곧 그가 민석에게 수긍했음의 의미다. 만족스러운 장면을 담은 민석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루한을 돌아본다. 이제 가자. 그리 말한 두 눈이 가볍게 웃는다. 가볍게 손을 잡은 두 사람이 멈춰 있는 듯한 빛의 거리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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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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