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들이 무시당하고 천대받으며 산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남자 오메가와 우성알파가 결합할 시 자식은 우성알파일 확률이 80%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우성알파들은 종족의 번식을 위해 남자 오메가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팔려가듯 결혼한 극소수의 오메가들이 신분 상승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권력층인 우성알파 세력에 선택받지 못한, 또는 선택받을 수조차 없는 계급은 퇴보하게 되었다.
그들이 나머지 오메가들과 베타였다.
베타 혁명
of the β, by the β, for the β
~1부~
1
스포트라이트라고 하기도 뭐한 밋밋한 조명 한 줄기가 무대를 비춘다. 가수는 보이지 않고 앙상한 스탠드에 마이크 하나가 달랑 꽂혀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잠자코 기다린다. 오늘 그들이 기다리는 이에게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으니까.
반주가 깔리기 시작하면 무대 왼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그는 한 손으론 자신만큼이나 앙상한 마이크 스탠드를 다른 한 손으론 마이크를 천천히, 부드럽게, 그러나 꼭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저렇게 잘 할 거면서 별 심술을 다 부리고 가네.”
주인은 관객을 매료시키는 태현을 보며 매니저에게 말한다.
히트 사이클 기간엔 어떤 공연도 손님도 받지 않겠다는 태현의 조건을 무시하고 매니저는 또 제멋대로 스케줄을 잡아버렸다. 그래 태현은 조명이 켜질 때까지도 매니저와 주인에게 짜증을 늘어놓다가 어쩔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곤 무대로 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노래를 했다. 과연 오메가 화류계의 퀸이라는 말을 들을 법한 프로의 자세였다.
억제제를 챙겨 먹었기에 히트 사이클 기간인 태현에게선 소량의 페로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 그의 눈빛, 몸짓에 관객들은 취한 지 오래였다. 역시 아름답다, 역시 색스럽다. 그런 일차원적인 감상을 넘어 그들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며 찾아오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황홀한 표정인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또렷한 눈빛으로 태현을 보고 있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그는 노래가 끝나고 박수갈채가 이어지자 살며시 웃곤 자리를 떴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보았지만 태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태현에겐 그 남자는 그저 이성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애송이로 생각될 뿐이었다.
아니, 애송이는 저 남자 하나만이 아니었다. 무슨 목적을 갖고 오는 놈이든 근래의 태현에겐 시시할 뿐이었다. 심지어는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순간조차도. 태현에겐 일상-노래하고 박수를 받고, 굳이 밑까지 내주지 않더라도 상대를 만족시키고, 남들은 더럽다는 그 일들을 하면서도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이는 나날들-을 탈피시켜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대게 오메가들의 히트 사이클 기간은 한 달에 4일 정도. 태현은 주기가 확실한 편이었는데 마지막 날 매니저가 태현의 집을 찾아왔다.
“왜 자꾸 이러는데요. 아직 안 끝난 거 알잖아. 내일이면 되는데 하루도 못 기다려요?”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떤 분이 태현 씨를 찾아왔는데 글쎄 그게.......”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매니저의 뒤로 가볍게 무장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건장한 덩치에 얼굴에서 흐르는 윤기가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현은 뜻밖의 인물의 등장에 놀랐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으며 남자에게 쏘아붙였다.
“매니저가 말 안 하던가요? 전 히트 사이클 때는 안 팔아요. 그쪽이 내 뒷바라지며 애새끼 다 먹여 살린다고 해도.”
남자는 잠시 벙쪄 있다가 호탕하게 웃었다.
“아뇨, 미안합니다만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저는 김 씨 가문의 호위병 대대장입니다. 태현 씨가 잠시 저랑 동행해주셨으면 해서요.”
김 씨 가문이라면 우성알파 집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권력을 가진 집이었다.
태현은 대대장이란 남자에게 어디를 같이 가달라는 건지, 왜 같이 가야 하는 건지, 자기를 부른 이가 누구인지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중간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매니저가 실례라며 태현을 저지했지만 태현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다. 높은 지위의, 그것도 우성알파 집안에서 자신을 찾아왔다면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었기에 태현은 더 무례하게 군 것이었다.
대대장은 지위가 지위인 만큼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그를 따라온 일개 병사들은 ‘퀸이라고 해봤자 그만큼 더러운 년 아니겠냐’며 수군거렸다.
“윗분들이 미천한 저한테 요즘 따라 볼 일이 많으시네요. 무슨 꿍꿍이라도 있나?”
태현은 병사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거만하게 미소 지었다. 방금 전까지 태현을 업신여기던 병사들은 그의 눈길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 누군가가 좁은 골목을 꽉 채운 병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병사들은 송구스러워 하며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그가 태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대대장도 머리를 조아렸다.
“저희 부하들이 무례를 범했군요. 대신 사과드려도 되겠습니까?”
며칠 전 공연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휙 나가버린 남자. 지금의 정황을 봐선 이 남자에겐 김 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 남자의 태도를 신경 쓰진 않았지만 자존심은 상했던지라 태현은 즉답하지 않고 잠시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반듯하고 귀티 나고, 그러면서 태현이 봐왔던 알파들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겸손한 인상, 이라는 생각.
“글쎄요. 제가 하찮은 오메가라 해도 아무 사과나 받진 않아서요.”
의외의 반응에 남자의 눈이 커졌지만, 그는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
“소개가 늦었네요. 로이 킴입니다. 퀸 에이티..., 아니 태현 씨랑 둘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괜찮을까요? 물론 태현 씨가 제 사과를 받아주신 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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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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